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폭싹 속았수다, 그리고 우리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

by 폐지트럭 2025. 4. 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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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5년 4월 3일, 오늘은 제77주년 제주 4·3 희생자 추념일입니다.
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‘폭싹 속았수다’를 통해, 우리는 말하지 못했던 기억과
그 너머의 고요한 상처를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.
오늘만큼은, 조용히 기억하고 싶습니다.
폭싹 속았수다 — 그리고 다시, 잊지 않겠습니다.

– 4.3 추념일에 ‘기억’을 다시 꺼내며

4.3 추념식 전경 (출처: 한국일보)

제주에서는 슬픔을 건넬 때 이렇게 말합니다.
“폭싹 속았수다.”
제주 방언으로, ‘고생 많았다’는 뜻이죠.
넷플릭스 드라마 <폭싹 속았수다>는 이 말을 제목으로 삼았습니다.
아이유와 박보검이 연기하는 인물들은 1950~7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,
때로는 눈부시게, 때로는 고요하게, 그리고 때로는 말없이 살아갑니다.
2025년 4월 3일.
오늘은 제77주년 제주 4·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날입니다.


말하지 않는 사람들, 말할 수 없었던 시대

<폭싹 속았수다>를 보며 저는 자주 멈춰 서게 됩니다.
그건 드라마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침묵 때문이지요.
누군가의 가족사가 나오지만, 사망 원인은 말해지지 않습니다.
마을 어른들은 과거의 사건에 대해 모두 입을 다물구요.
그 침묵은 때로는 어색하게, 때로는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.
우리는 알고 있습니다.
그 침묵 속에는 말할 수 없는 시대, 4·3의 그림자가 스며 있다는 것을.
드라마는 그것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습니다.
하지만 바닷가 동굴, 침묵하는 노인, 말 없이 살아가는 여성들을 통해
그 시대의 트라우마를 조용히, 그러나 강하게 암시합니다.


4·3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

1948년 4월 3일,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 봉기.
그리고 그 뒤를 이은 국가 폭력, 그리고 학살.
수많은 이들이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가고, 죽고, 잊혀졌습니다.
그날로부터 77년이 지난 오늘, 우리는 4·3을 기억한다고 말합니다.
하지만 정말 기억하고 있는 걸까요?
아이유가 연기한 ‘오애순’이 말없이 살아가는 것처럼,
실제로도 4·3 생존자와 유족들은 오랫동안 침묵 속에서 살아왔습니다.
말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, 말하면 위험했기 때문에.
국가가 오랫동안 그 기억에 귀를 닫았기 때문에.


고통은 공유되어야 하고, 기억은 살아 있어야 한다

<폭싹 속았수다>는 단지 제주 방언을 쓴 드라마가 아닙니다.
그건 제주가 가진 언어와 정서,
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역사적 상처
우리에게 조용히 건네는 작품이지요.
그리고 오늘 4월 3일,
우리는 그 말 없는 고통에 귀를 기울이는 날입니다.


“폭싹 속았수다” – 그 말은 위로이자 고백이다

4·3의 희생자들에게, 그 유족들에게, 제주도민들에게,
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말.
폭싹 속았수다.
고생 많으셨습니다.
이제는 우리가 그 기억을 함께 지고 가겠습니다.


이 글에 담긴 해석과 감상은 일부 필자의 주관적인 상상과 감정에 기초했지만,
그것이 오늘의 진심 어린 기억을 방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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