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서론: 블록체인 기술과 ‘탈중앙화 금융’의 꿈
2018년 이후, 블록체인 산업은 탈중앙화된 금융(DeFi)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전 세계 기술자들과 투자자들을 매료시켰습니다.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테라(Terra) 프로젝트는 ‘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’이라는 개념으로 기존의 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(USDT, USDC 등)과는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했죠.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긴 인물이 바로 권도형이었습니다.
하지만, 2022년 5월, 그 화려한 꿈은 한순간에 악몽으로 바뀌었습니다. 단 7일 만에 수십조 원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이 붕괴했고, 수많은 투자자들이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었죠. 이른바 ‘루나 사태’입니다.
테라와 루나: 시스템의 개요

테라 생태계의 중심에는 두 개의 코인이 있었습니다:
• UST (TerraUSD): 미국 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
• LUNA (루나): UST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‘소각 및 발행’ 메커니즘의 핵심 자산
간단히 말해, 1 UST가 1달러보다 비싸지면 루나를 소각하여 UST를 발행하고, 반대로 1달러보다 싸지면 UST를 소각하여 루나를 발행함으로써 가격 균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. 그러나 이 메커니즘은 시장 신뢰가 유지될 때만 작동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죠.

타임라인으로 본 루나 붕괴
2018~2021: 테라의 출발과 성공

• 2018년: 권도형과 신현성이 테라폼랩스를 설립.
• 2019년~2021년: 루나는 각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며 시세를 급등시켰고, UST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으로서 점차 입지를 다졌습니다.
• 2021년 말~2022년 초: 루나의 가격은 폭등했고, 권도형은 암호화폐 업계의 스타로 떠오릅니다. 특히 앵커 프로토콜(Anchor Protocol)을 통해 20%에 달하는 이자율을 제공하면서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몰려들었죠.
권도형은 이 시기에 비판자들을 ‘가난한 놈들(poor)’이라 부르며 트위터에서 조롱하거나, “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코인”이라며 루나에 대한 극단적인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.
2022년 5월 7일: 디페깅의 시작
• 앵커 프로토콜에서 약 3억 7,500만 UST가 대거 인출되며 가격이 1달러에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.
• 이때까지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은 ‘페그 방어’를 기대하고 있었죠.
2022년 5월 8일: 조롱의 트윗, 첫 위기
• UST 가격이 점점 더 떨어지는 가운데 권도형은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깁니다:
“So, is this $UST depeg in the room with us right now?”
(지금 이 방 안에 UST 디페깅이라도 있나?)
이 트윗은 UST의 페그가 이미 $0.99 아래로 내려간 상황에서 올라왔습니다. 많은 이들은 이 발언을 ‘현실 부정’ 혹은 ‘투자자 조롱’으로 받아들였고, 위기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는 신뢰를 더욱 무너뜨렸습니다.
2022년 5월 9일: 붕괴의 가속화
• 권도형은 “Deploying more capital – steady lads”라는 트윗을 올리며 방어 의지를 밝혔지만, 이 시점에서 이미 UST는 $0.35까지 추락했습니다.
• 루나의 가격은 패닉셀로 급락하며 하루 만에 96% 폭락.
2022년 5월 10~12일: 테라 블록체인 일시 정지
• 루나의 가격이 거의 0에 가까워지자, 테라 블록체인은 거버넌스 공격 방지를 이유로 블록 생성 중단을 선언.
• 거래소들은 UST와 루나 거래를 중단하거나 상장폐지하기 시작했습니다.
2022년 5월 25일: 새로운 루나 발행
• 권도형은 기존 루나(LUNA Classic)를 버리고 새로운 루나(LUNA)를 발행하자는 ‘부흥 계획’을 제안했고, 커뮤니티는 이를 승인했습니다.
하지만 이때조차 “나는 여전히 믿는다”는 발언은 희망보다는 공허한 책임 회피로 받아들여졌죠.
이후 전개

• 2023년 3월: 권도형은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체포됨.
• 2024년 1월: 테라폼랩스, 미국에서 챕터 11 파산 신청.
• 2024년 6월: SEC와 6조 원대 합의 체결.
• 2025년 1월: 권도형, 미국으로 송환되어 재판 출석.
이 사건은 ‘사기’인가, ‘도덕적 해이’인가?
루나 사태가 단순한 ‘시장 실패’였는지, 아니면 명백한 ‘사기’였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쟁이 존재하고 있습니다.
사기로 볼 수 있는 근거:
•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실패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경고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마케팅에 집중.
• UST의 구조적 취약점을 알면서도 높은 이자를 미끼로 한 ‘앵커 프로토콜’을 지속 운영.
• 위기 국면에서 현실을 왜곡하거나 조롱하는 언행을 반복.
도덕적 해이로 볼 수 있는 근거:
• 테라 시스템은 처음부터 코드로 설계된 구조였고, 기술적 실험이라는 측면이 존재.
• 권도형은 꾸준히 자본을 투입하려 했으며, 새로운 루나로 회복을 시도하기도 함.
결론: 우리가 배워야 할 것
루나 사태는 단순한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실패가 아닙니다. 그것은 기술적 이상주의와 자본의 탐욕, 창업자의 오만함이 뒤엉켜 만들어낸 비극입니다.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블록체인의 혁신이 단지 수식어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, 그리고 탈중앙화라는 이상도 인간의 도덕적 기반 없이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.
“가난한 자들이 나를 비판한다”던 그의 말은 이제,
가난해진 수많은 피해자들의 절규로 되돌아오고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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